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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5화

음식은 금세 나오자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에 집중했다. 술집에서 우행과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화영과 남자 사이에 은근한 친밀함이 흘렀다. 특히 누군가가 화영에게 술을 권하면 우행이 대신 잔을 들어주곤 했다. 그럴 때마다 둘 사이엔 묘한 온기가 스쳐 갔다. 하지만 그 공간을 벗어나 이렇게 밝고 넓은 식당에 마주 앉으니 두 사람은 마치 서로 처음 보는 사람처럼 어색했다. 대화를 주고받아도 공손했고, 그 사이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있었다. 야식을 마친 뒤, 화영은 거리로 나와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다시 바에 가서 한 잔 더 하고 싶네요.” 화영이 미소 지으며 말하자 우행은 손목시계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제 너무 늦었어요. 제가 집까지 데려다드릴게요.” 화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우행이 운전대를 잡았고 화영은 조수석에 앉았다. 우행의 표정이 지나치게 단정하고 무표정해서 화영은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그래서 결국 의자에 몸을 기대며 잠든 척 눈을 감았다. 그러자 화영의 머릿속엔 아까 신혁이 던진 한마디가 떠올랐다. “저분이 남자친구예요? 딱 봐도 잘 어울리네요. 성공한 커플 같아요.” 화영은 살짝 눈을 뜨고는 조심스레 우행의 옆모습을 훔쳐봤다. 각이 뚜렷한 얼굴선이 생각보다 잘생겼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런데 우행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당황스러운 화영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창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봤는데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방금 그 행동은 오히려 속을 다 들킨 꼴이었다. 그래서 화영은 오히려 태연하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아까 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우리 꽤 잘 어울린대요.” 우행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으나 시선을 전방에 두고 조용히 운전대를 잡았다.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착각했네요. 화영 씨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화영은 우행을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굳이요? 잘 아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목소리는 가볍지만 어딘가 쓸쓸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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