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41화
우행의 말을 들은 화영은, 더 거절하면 괜히 꽉 막힌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화영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신세 좀 질게요.”
“신세라뇨.”
우행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주위를 둘러봤다.
“가져갈 짐은 뭐 있어요?”
화영이 놀라서 눈을 들었다.
“오늘 밤에 바로요?”
우행은 미묘하게 눈썹을 올렸고 그 표정만으로도 ‘그러면 언제?’라는 말이 충분히 전해졌다.
화영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잠깐만요, 옷이랑 업무 서류 몇 개 챙길게요.”
“필요하면 내가 도와줄게요.”
“괜찮아요. 제가 할 수 있어요.”
화영은 목발을 짚고 침실로 들어가, 일상복 몇 벌과 필요한 서류를 정리했다.
30분쯤 지나자, 우행은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고 한 손으로 화영의 팔을 살짝 붙잡은 채 부축하며 함께 집을 나섰다.
차 안에서 화영은 창밖의 네온사인을 바라봤다.
얽히고 교차하는 빛이 복잡하게 흔들렸고 화영의 마음도 그 빛처럼 뒤섞여 있었다.
‘이걸 동거라고 해야 할까? 아니라고 해야겠지.’
다리가 낫기만 하면 곧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갈 것이었다.
그런데도 혼자 사는 데 익숙한 남자가 부상당한 여자를 집으로 들여 함께 살며 돌보겠다고 한 사실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화영 역시 혼자 사는 것에 익숙했기에, 타인과 장기적으로 같은 집에 있다는 건 엄청난 포용심과 큰 그릇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우행의 집은 강성 시내 중심의 고급 주거단지에 있었다.
전용 엘리베이터와 24시간 상주하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갖춰진 곳이었다.
두 사람이 건물로 들어서자, 컨시어지가 곧장 우행의 짐을 받아 들고, 준비된 휠체어를 밀고 나왔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안내에 따라 두 사람은 조용히 집 앞까지 이동했다.
현관문이 열리자 센서 등이 자동으로 켜졌고 우행이 먼저 화영의 캐리어를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화영의 아파트보다 훨씬 넓었고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미니멀한 인테리어.
짙은 회색의 카펫은 먼지 하나 없었고, 소파와 테이블에는 불필요한 장식이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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