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71화
그런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지만 우행은 더 깊이 따지지 않았다.
그래서 코트를 걸어두고 거실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집 안은 어둡고 고요했기에 우행은 화영이 이미 잠들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화영의 방 앞을 지나치려는 순간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실내는 희미한 어둠에 잠겨 있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이 열려 있는 걸 보니 화영이 방에 없는 게 분명했다.
우행은 무심히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이에 우행은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가 불을 켰으나 역시 침대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시간에, 대체 어디 간 걸까?’
우행은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이에 잠시 생각하다가 역시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지금은 내가 화영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까.’
우행이 휴대전화를 꺼내는 순간 시선이 거실 맞은편 복도로 향했다.
집 구조는 좌우 대칭이었고 그쪽에도 두 개의 방이 있었다.
하나는 화영의 서재였고 다른 하나는 화영이 임시로 쓰는 방이었다.
복도 안쪽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자 우행은 발걸음을 옮겨 조금 열린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노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제는 조금 짜증이 나던 우행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
옷장과 진열장이 놓인 짧은 복도를 지나자 시야에 환한 조명이 들어왔다.
화영이 책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손등으로 턱을 괸 채 그대로 잠이 들어 있었다.
화영은 진한 자줏빛의 실크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가운의 매끄러운 재질이 조명 아래서 은은한 윤곽을 드러냈다.
희고 매끄러운 피부와 어우러진 실루엣은 기품 있으면서도 묘하게 유혹적이었다.
우행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화영의 목덜미 근처에 난 붉은 자국을 본 순간 걸음을 멈췄다.
가운의 옷깃이 그 자국을 절반쯤 가리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
오늘 하루 세 번의 술자리를 소화한 우행인지라 남은 술기운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고 묘하게 심장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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