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73화
송혜라가 손에 과일과 간식을 들고 다정하게 웃었다.
“나랑 희유가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들렀어요. 방해한 건 아니죠?”
화영이 급히 말했다.
“아니에요, 어머님, 희유씨 들어오세요.”
희유는 슬리퍼로 갈아신으며 거실로 들어가 자연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언니, 꽃병 있어요? 제가 이 꽃들 꽂아드릴게요.”
우행의 집에는 꽃병이 없었다.
우행은 꽃을 사는 법이 없었고, 누가 보내온 꽃도 모두 1층 관리인에게 맡겨버리곤 했다.
화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진우행의 서재에 장식용으로 두었던 예술 작품 꽃병이 떠올랐고,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꺼내 희유에게 내밀었다.
우행이 먼 곳에서 출장 중이지만, 만약 이 장면을 본다면 수억 원을 주고 산 I국 작가의 작품을 꽃병으로 써버린 화영을 보고 과연 태연할 수 있을까?
그러자 희유가 꽃병을 보며 살짝 불만을 내비쳤다.
“이거 너무 크고 입구가 좁네요. 그래도 뭐, 그냥 이걸로 쓸게요.”
희유도 아마 이 사촌오빠 집에서 꽃병 하나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화영은 꽃병을 건네고 다시 부엌으로 가 송혜라를 도왔다.
송혜라는 가져온 보관용기를 냉장고에 넣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이건 우리 집 아주머니가 만든 반찬들이에요. 이틀은 거뜬히 둘 수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요.”
화영이 감사히 말했다.
“정말 드려요, 어머님.”
송혜라가 미안한 듯 말했다.
“더 일찍 와봐야 했는데 괜히 방해될까 싶어서 미뤘어요. 오늘 우행이가 출장 갔다길래 희유랑 같이 온 거고요.”
화영은 차분히 웃었지만 속으로는 불안이 스쳤다.
지금의 자신은 ‘가짜 여자친구’인데, 송혜라의 따뜻한 마음은 너무나 진심이었기 때문이었다.
희유는 꽃을 거실 중앙 테이블 위에 놓자 차가운 색감의 인테리어 속에서 꽃이 선명히 피어나듯 어우러졌다.
약간의 이질감이 오히려 공간을 생기 있게 만들었다.
이에 화영이 가볍게 웃었다.
“고마워, 희유씨.”
“우리 가족끼리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희유가 송혜라 곁으로 다가가 딸처럼 팔짱을 끼며 화영에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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