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09화
할 말이 없어진 가윤은 뒷좌석에 앉았다.
어두운 차 안, 불빛이 얼굴을 스치며 명암이 번갈아 비쳤고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가윤은 화영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반드시 세라가 우행을 되찾게 할 거야. 두고 봐.’
“집에 데려다줄까?”
우행이 묻자 가윤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부모님 집엔 안 갈래. 엄마는 또 친구들이랑 카드 치러 갔을 거야. 가도 아무도 없으니까 내 아파트로 갈게.”
가윤은 몇 년 전 샵을 열기 위해 그 근처에 작은 아파트를 사두었지만, 자리를 잡은 후엔 거의 관리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렇게 카드 치시나 보네.”
우행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배문희는 원래부터 카드 도박을 좋아했다.
가윤의 아버지는 사업 때문에 집을 자주 비웠고, 학창 시절의 가윤은 방과 후 저녁도 못 먹고 지내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송혜라가 가윤을 불러 진씨 저택의 식탁에서 밥을 먹게 해주곤 했다.
그래서 가윤은 어릴 때부터 진씨 집안 사람들과 친했다.
“안 그러면 뭐 하겠어?”
가윤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아버지는 요즘도 출장 많으셔?”
“똑같아. 한 달에 열흘은 출장, 절반은 야근. 남은 날은 뭐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얼굴 볼 일이 거의 없어.”
가윤이 차창 밖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하자 우행은 굳이 더 묻지 않았다.
차는 곧 가윤의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여자는 고개를 돌려 화영에게 미소 지었다.
“오늘 화영 씨랑 이야기 즐거웠어요.”
화영도 가볍게 웃었다.
“저도요.”
“앞으로 자주 봐요.”
화영은 가윤의 눈빛을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좋아요. 다음에 또 봐요.”
가윤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움찔거리더니 우행에게 간단히 인사한 뒤 차에서 내렸다.
차가 출발하자, 우행은 백미러로 그녀의 모습을 흘끗 보았다가 시선을 돌렸다.
“오늘 회사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요. 화영 씨한테 꼭 사과하고 싶다며 억지로 따라온 거예요.”
그러자 화영은 시트에 몸을 기대며 무심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보고 싶다는데 굳이 막을 필요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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