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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8화

화영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우행은 오늘 자신의 감정이 지나쳤음을 자각한 듯, 깊게 숨을 내쉬며 차분해지려 했다. “나랑 같이 강성으로 돌아가요.” 화영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못 가요.” “아버지 일 때문에요?” 우행이 묻자 화영은 말없이 시선을 떨궜고 둘 사이에 짧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잠시 후 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당신 일 하면 돼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정말 그 사람한테 시집갈 거예요?” 우행이 다시 묻자 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우행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럼 조금만 미뤄요. 우리 모두 당신 아버지 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니 지금 결정할 필요 없잖아요.” 화영은 우행을 바라보며 문득 웃었다. “전 여자친구한테도 이렇게 해줘요?” 그러자 우행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이세라든 그 외에 내 여자친구였던 사람들까지, 다 헤어졌을 때 끝이었어요. 한 번 끝난 인연에 다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고요.” 화영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네요. 깔끔하고 미련도 안 남기고요.” 우행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근데 화영 씨는 한 번도 끝났다고 생각한 적 없거든요.” 이에 화영은 순간 고개를 들었다. 둘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쳤고, 우행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감정이 파도처럼 일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화영의 목소리가 조금 쉬었다. “난 당신을 이용했는데 화 안 나요?” 이에 우행은 단단히 응시했다. “이용할 거면 끝까지 해요. 중간에 멈추지 말고요.” 화영의 눈가가 조금 뜨거워졌다. “미안해요. 그런데 나랑 추신수 일은 이미 정해진 일이라 더는 도와주지 말아 줘요. 나 누구한테 신세 지는 거 싫거든요.” 말을 마친 화영은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른 걸음은 마치 자신의 결심을 보여 주려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화영은 소희의 전화를 받았다. [경성 쪽 상황은 어때?] 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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