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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4화

하루가 지난 뒤, 화성국은 화영을 서재로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너와 신수 결혼은 취소하기로 했어. 다만 두 집안의 혼사 소식이 이미 밖으로 알려진 만큼, 파혼하는 것도 시기를 잘 보아 정식으로 알릴 생각이야.” 화영은 마음 깊이 눌러두었던 돌덩이가 완전히 내려앉는 것처럼 편안해졌다. “네.” 추병국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네 뜻대로 된 거지. 혹시 진우행이라는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거냐?” 화영은 할아버지가 우행과의 일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담담히 되물었다. “그날 사진은 할아버지가 보내신 거죠?” 얼마 전 술집에서 받은 소포에는 화영과 우행이 함께 드나드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처음엔 신수가 보낸 줄 알았지만 곧 생각을 바꿨고, 그럴 사람은 따로 있었다는 사실에 화영은 확신했다. 할아버지는 아직 자신을 추씨 집안에 보내려 한다는 뜻을 완전히 접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사진은 분명 경고였다. 경성에 있는 일들을 잊지 말고 지나치게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이 시점에 화영이 묻자, 화성국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것도 맞혀봐. 그 사진을 내가 어떻게 구했을 것 같냐?” 화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신수가 보낸 건가요?” “아마 그럴 게다. 나는 걔가 사진을 보내 내게 너를 경성으로 데려오라고 압박하려는 줄 알았어.” “그런데 사건이 지나고 보니 나에게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더는 너를 억지로 묶어두지 말라는 뜻이었겠지.” 화성국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두 집안이 워낙 오랜 인연이라 너와 신수가 결혼하면 서로에게 이롭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 “추씨 집안은 너를 함부로 대하지도 못할 것이고, 경성에서 지내며 우리도 곁에서 도울 수 있을 테니 너도 편안할 거라 여겼어.” “그런데 결국 내가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구나.” 화영은 급히 머리를 저었다. “아니요. 저 할아버지 뜻 이해해요. 단 한 번도 할아버지를 원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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