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42화

화영이 말했다. “대부분 사람은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도 세라 씨처럼 그렇게 극단적으로 굴지 않아요. 그러니까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변명하지 마세요.” 세라는 낮게 비웃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인정해야 할 건 인정해야 해요. 이 사회의 계급 의식은 뿌리가 깊거든요.” “본인들도 평범한 사람들이면서 같은 출신의 유능한 사람을 평가할 땐 꼭 우월한 척하거든요.” “정작 사회의 최하층에서 살면서도 공감하는 건 상류층이더라고요.” “그런데 외국에서는 그런 시선이 없었어요. 얽매이는 것도, 동정도, 편견도 전혀 없어서 정말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요.” “해외에서는 내 학력도 외모도 인정받았는데, 여기에 오면 내가 뭐를 해도 결국 다 우행의 덕분이라고만 하고 아무도 내 노력은 보려 하지 않잖아요.” 화영은 차갑게 물었다. “그렇게 싫었으면서 왜 다시 돌아왔는데요?” 세라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성공했으니까요. 돈도 벌었고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거든요.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러다 말끝이 흐려지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내가 성공했는데도 축하해줄 사람도, 진심으로 기뻐해 줄 사람도 없는 그런 허무함이랄까요? 내가 얻은 게 모두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돌아온 거예요. 우행이랑 과거에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직 우행을 못 잊었어요. 다시 사랑을 찾고 싶은 게 그렇게 잘못인가요?” 화영은 싸늘하게 웃었다. “사랑이요? 우행 씨와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그 새 결혼을 하셨어요? 그게 세라 씨가 말한 사랑의 실체인가요?” 세라는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M국에 갔더니 전부 능력자들뿐이었어요. 내가 자랑하던 스펙으로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더군요. 그런데 거기서 살아남아야 했어요.” 화영의 시선은 노골적인 경멸로 차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