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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5화

혜경은 잠시 눈빛이 흔들리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우리 집은 언니든 나든 다 엄하게 키워. 부모님은 둘 다 가능하면 타지로 시집가지 않았으면 하셔.” 희유는 그제야 혜경이 며칠째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날은 이미 밤이 깊었고 세 사람은 택시를 잡아 호텔로 돌아갔다. 희유와 우한이 예약한 객실은 커다란 침대 하나와 넓은 소파가 있는 구조라 셋이서 자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셋은 아예 잠자리에 들 생각을 접어두었다. 혜경은 또다시 야식을 배달시켰고, 셋은 씻고 나와 앉아 먹으며 수다를 이어가기로 했다. 희유가 먼저 샤워실로 들어가자 밖에서 혜경이 문틈 너머로 물었다. “희유야, 네 휴대전화 비밀번호 뭐야? 오늘 찍은 셋 사진 좀 보내려고.” 희유는 숨길 게 없었다. 친구 앞에서는 경계심도 없었기에 비밀번호를 바로 알려주었다. 곧 혜경은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섰다. 잠시 후 야식이 도착했고, 셋은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먹으며 한껏 들뜬 분위기를 이어갔다. 혜경은 술까지 몇 병 주문했다. 졸업한 뒤 처음 맞는 해방감이었다. 숙소도 안전했고 셋 모두 여자였기 때문에 더 이상 걱정도 없었고 부담 없이 마음껏 술을 마셨다. 희유는 원래 술을 거의 못 마셨다. 몇 모금만 마셔도 머리가 핑 돌기 시작했고, 이후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음에 눈을 뜬 건 무려 이틀 뒤였다. 눈을 떴을 때 사방은 깊은 어둠이었다.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자 희유는 자신이 안대를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손과 양발은 묶여 있었고 온몸은 힘이 빠져 움직일 수 없었다. 입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어 목구멍에서 아주 약한 신음만 허용된 상태였다. 그리고 몸 아래로 미세한 흔들림이 전해지는 것을 보니 이는 차 안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희유의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왜? 어떻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러나 확실한 건 단 하나뿐이었다. ‘이건 꿈이 아니야.’ 머릿속이 순식간에 새하얘지며 수많은 의문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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