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57화
다음날도 희유는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고 심심해지면 포커 카드를 꺼내 손을 풀었다.
언제 쓸지 모르는 기술이라도 몸에 익혀두면 언젠가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걸, 희유는 지난번 혜경의 번호패를 바꿔치기하며 실감했다.
평소 손에 익힌 동작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빠르고 들키지 않게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카드를 충분히 만지고 난 뒤에는 유변학이 준 총을 꺼내 들여다보았는데 이번에는 절대로 멋대로 쏠 수 없었다.
유변학이 곁에 없고 탄환도 한정돼 있으니 더더욱 실수해서는 안되니까.
이틀이 그렇게 지나가고 셋째 날, 여전히 포커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희유는 머리 위에서 갑작스러운 폭음이 터져 나오는 소리에 손을 멈췄다.
깜짝 놀라 창문가로 뛰어가 바깥을 확인한 희유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들에 말문이 막혔다.
하늘 위로 전투기가 몰려들어 희유가 있는 이 건물을 폭격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비명, 전투기 엔진음, 폭발음이 한꺼번에 뒤섞여 땅뿐만 아니라 창문이 흔들렸다.
마치 영화 속 종말 장면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했다.
희유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며 바로 문을 향해 달리려다 유변학이 남긴 말이 번쩍 떠올랐다.
‘사장님이 돌아오지 않으면 절대로 이 방을 나가서는 안 돼.’
하지만 폭음은 더욱 가까워지고 건물 전체가 부서질 듯 흔들렸다.
희유가 갈팡질팡하는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고 직원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외쳤다.
“빨리 나와요, 여기 곧 무너져요!”
그 말에 희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총을 두고 나온 게 생각나 다시 방으로 뛰어 들어가 총을 움켜쥔 뒤 급히 문을 나섰을 때는 이미 직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37층의 천장은 여러 곳이 무너져 전선이 드러나 불꽃을 튀겼고 복도의 조명은 불안하게 깜빡였다.
아무렇게나 흩어진 서비스 직원들과 기타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자욱하고 매캐한 연기로 인해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이대로 머뭇거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희유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계단을 향해 달렸다.
지금 엘리베이터에 타는 건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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