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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6화

본희는 유변학의 냉랭한 옆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가까이 다가간 본희는 긴 치맛자락을 정리하며 곁에 앉아 미소 지었다.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그 여자 때문이야?” 유변학은 나무줄기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들어 광활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야.” 본희의 시선은 물처럼 부드러웠다. “원하면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아. 아버지는 공개적으로만 해도 아내가 둘이고, 보이지 않는 곳의 여자는 셀 수 없이 많아.” “나 역시 네게 오직 나만을 바라봐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아. 그 여자를 데려와도 상관없어. 함께 지낼 수 있어.” 유변학이 고개를 돌려 본희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은 깊고 차가웠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를 갖는 걸 허락하지 않거든.” 그 말이 의아한 본희는 눈을 굴렸다. “그 결정권은 너한테 있는 거 아니야?” 유변학의 눈동자에 희유를 떠올린 듯한 미세한 빛이 스쳤다. “아니야. 그 사람에게 있어.” 본희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렇게까지 내버려두는 거야? 그 여자를 위해 권력과 재산, 셀 수 없는 여자들까지 모두 포기할 수 있다는 거야?” 유변학은 한쪽 다리를 접더니 다소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본희와 희유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었다.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말한 것들은 모두 물질적인 것들이잖아. 그 사람은 그렇지 않거든. 그래서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고.” 말투는 담담했지만 오히려 그 무심함 속에서 분명한 선이 느껴졌다. 본희가 말한 모든 것은 유변학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고, 마음속에 있는 희유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 순간 본희는 문득 그 여자가 부러워졌다가 곧 질투로 변했다. 그 마음을 파괴하고 싶을 만큼의 질투였다. “그날, 그 여자는 우리 둘이 함께 있는 걸 직접 봤어. 우리 사이에 혼약이 있다고도 생각하고 있겠지. 그런 상황에서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봐?” “그건 내 일이니 너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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