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97화
“하지만 난 도환 씨만 보면 역겨워요. 그래서 그 차에 타면 토할 것 같아요.”
희유의 표정은 차갑고 노골적인 혐오로 가득했다.
“배짱은 있네요.”
도환이 비웃듯 소리를 냈다.
고개를 들어 하늘빛을 한 번 훑어본 뒤, 음산하게 희유를 노려보았다.
“그럼 여기서부터, 걸어서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호텔까지 가 봐요.”
말을 마치고 도환은 곧장 자신의 차로 향했다.
차에 오른 뒤에도 다시 희유를 돌아보며 말했다.
“후회할 기회는 한 번 주죠.”
희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이 지나온 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도환은 가늘게 내리는 빗속에서 점점 멀어지는 희유의 가냘픈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세차게 찌푸렸다.
이를 악문 뒤 시동을 걸었고 차는 빠르게 시야 속에서 사라졌다.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빗줄기도 점점 굵어졌다.
도로 위에는 지나가는 차 한 대 없었고, 길가에 빽빽하게 늘어선 나무들마저 음산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희유는 두렵지 않았다.
이보다 더 끔찍하고, 더 절망적인 상황도 겪어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하늘이 어두워졌지만, 적어도 가로등이 길을 비춰 주고 있었다.
그리고 엄주빈이 희유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면, 분명 사람들을 데리고 찾으러 나설 것이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를 즈음, 앞쪽에 버스 정류장 쉼터 하나가 보였다.
희유는 그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온몸은 이미 비에 흠뻑 젖어 있었고, 젖은 옷 사이로 바람이 파고들어 몸이 덜덜 떨렸다.
희유는 벤치에 앉아 몸을 웅크린 채, 두 팔로 무릎을 끌어안고 버스가 한 대라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어디로 가는 버스든 상관없었다.
적어도 이곳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혹시 마음 좋은 기사를 만나 전화 한 통이라도 부탁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러나 한참을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지나가는 버스는 한 대도 없었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3월의 바람은 마치 한겨울 혹한기처럼 살을 에는 듯 매서웠다.
빗방울은 얼음 알갱이처럼 변해, 바람을 타고 쉼터 안으로 들이치며 희유의 몸을 사정없이 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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