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70화
명우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낮았다.
그러나 희유는 명우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명우가 이렇게 차분할수록, 그만큼 큰 위험이 눈앞에 닥쳤다는 뜻이었다.
희유는 명우의 말을 따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늑대 무리는 너무 빠르게 다가왔다.
소리가 들릴 때만 해도 몇 리 밖에 있는 듯했으나, 두 사람이 일어서려는 순간 어느새 눈앞에 도착해 있었다.
어둠 속에 먹빛이 도는 초록빛 눈동자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산골짜기 비탈의 산자나무 덤불 속에 엎드려 숨어, 두 사람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불빛이 흔들리며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늑대들의 형체가 어렴풋이 드러났다.
초원의 야생 늑대는 희유가 텔레비전이나 동물원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크고 건장했다.
거칠고 단단한 털이 한 올 한 올 곤두서 있었고,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소름 끼치는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회갈색 늑대 한 마리가 몸을 날렸다.
산비탈 위에서 뛰어내려 두 사람의 텐트 위에 정확히 착지했다.
앞발을 낮게 깔고 송곳니에서 침을 흘리며 낮은 으르렁거렸는데 언제든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 기세였다.
명우는 희유를 이끌고 뒤로 물러섰고 계속 물러나 차 앞까지 왔다.
이윽고 뒷좌석을 열고 아래에서 저격총 한 자루를 꺼냈다.
그 순간, 선두에 섰던 회색 늑대는 명우가 무기를 들려는 것을 눈치챈 듯 포효했다.
그리고 몸을 날려 맹렬히 달려들던 그 순간 탕 하는 굉음이 울렸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야생 늑대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총알은 늑대의 눈을 꿰뚫고 머리를 통과해 그대로 모닥불 속으로 박혔다.
순간 모닥불이 폭발하는 듯 하더니 수많은 불꽃이 불꽃놀이처럼 어둠 속에서 터져 올랐다.
주변이 환하게 밝아지던 그 찰나, 빛 속에서 총알에 꿰뚫린 늑대의 눈과 튀어 오른 피가 몇 배로 확대된 듯 모든 늑대들의 시야에 선명히 드러났다.
한순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늑대 무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늑대 무리 안에서 소란이 일었다.
분노와 공포, 애달픔이 뒤섞인 울음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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