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87화
그 침묵은 또 다른 방식의 인정이었다.
희유의 심장이 깊이 가라앉았고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주변의 모든 것이 갑자기 현실이 아닌 것처럼 멀어졌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희유와 명우는 그렇게 사랑했고 그렇게 행복했다.
더군다나 희유의 뱃속에는 두 사람의 아이까지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저 한 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내린 선택 하나가 모든 것을 뒤바꿔버렸다.
이건 사실일 리 없었다.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명우 뒤편의 문을 바라봤는데 그 문은 마치 경계선 같았다.
그 문을 넘는 순간,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들어와 버린 것 같았다.
그 세계에서 명우는 본희와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나가야 해. 당장 떠나야 해.’
희유는 멍한 상태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는데 걸음은 다급했고 거의 도망치듯 해 보였다.
이상함을 느낀 명우가 재빨리 팔을 붙잡았다.
“희유야.”
그러나 희유는 힘껏 손을 뿌리치고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얼굴을 마주 보지 못했다.
“집에 갈게요. 혼자... 좀 생각하고 싶어요.”
‘이 사람은 나의 명우가 아니야. 내 남자친구는 아직 출장에서 돌아오지 않았어.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낯선 사람이야.’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표정은 오히려 차분하게 식어 있었다.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문을 열고 나갔다.
명우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늘 냉정하고 단단하던 눈빛이 한순간 길을 잃은 것처럼 흔들렸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서 있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뒤, 본희가 다가오더니 현관 위에 놓인 꽃다발을 집어 들고 향을 맡았다.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난 희유 씨가 마음에 들어.”
명우가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는 왜 온 거야?”
본희는 명우의 냉담함에 전혀 개의치 않았는지 그저 한 번 흘깃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차마 말 못 할 것 같아서 대신 도와준 거야.”
명우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떠올랐다.
얇은 입술이 짧게 열렸다.
“꺼져.”
본희는 꽃을 내려놓고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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