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92화
희유는 길고 깊은 잠에 빠졌다.
어젯밤보다 오히려 더 고요하고 단단한 잠이었다.
마음이 완전히 타버리고 나자 더는 기대도, 망설임도, 갈등도 남지 않았다.
그저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은 채,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만 남았다.
해 질 무렵, 문득 눈을 떴을 때는 창밖에 붉게 물든 노을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희유의 눈동자는 흐릿했고 그 속에는 생기 대신 적막이 가득했다.
아무리 따뜻한 빛이라도 이제는 닿지 않는 듯했다.
“희유야.”
문가에서 낮고 잔잔한 목소리가 들렸다.
희유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하석유가 서 있었다.
석유는 조용히 희유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안타까움과 깊은 슬픔이 어렸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
희유는 멍하니 석유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석유 언니.”
이와 동시에 눈물이 터져 나왔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내 아이가 없어졌어요.”
“내가 죽였어요.”
“내 손으로 죽였어요.”
석유가 다가와 희유를 끌어안았다.
희유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금세라도 바람에 흩어질 낙엽 같았다.
석유는 더 세게 안자 희유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 속에서 깊은 슬픔과 절망이 전해졌다.
이에 석유의 눈시울도 붉어지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사라졌다는 건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다는 뜻이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희유야, 조금만 더 버텨.”
...
희유는 한참을 울었고 정신도 흐릿해졌다.
수술 직후라 몸이 버티지 못할까 걱정한 우한은 의사와 상의한 뒤, 수액에 진정제를 조금 넣었다.
그제야 희유는 다시 천천히 잠에 들었다.
석유는 병실을 나와 주강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하석유라고 하는데 오늘 강성에 왔거든요. 오늘 밤 희유는 집에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연락드렸어요.”
주강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 묻어났다.
[희유는요?]
석유는 잠시 말을 골랐다.
“우한이랑 같이 있어요. 밖에서 자는 거 걱정하실까 봐, 대신 전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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