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31화
석유는 고개를 떨궜다.
차갑던 얼굴 위로,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표정과 갈 곳을 몰라 헤매는 기색이 느껴졌다.
“너 나 버리고 가는 거지. 외할머니처럼... 다 나 두고 가는 거야...”
목소리는 점점 흐릿해졌다.
“너 강성에 없으면 나도 가야 하는데... 근데 어디로 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해...”
희유의 가슴이 조여왔고 석유의 손을 꼭 붙잡았다.
“언니, 저랑 같이 가요. 저랑 같이 가요.”
석유는 이미 눈을 감은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희유야. 나 취했어. 너무 힘들어...”
그 말에 희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를 끓여 다시 올라왔다.
석유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온몸에 땀이 났고 이불도 걷어차 버린 상태였다.
셔츠는 몸에 들러붙어 구겨져 있어 그대로 두기엔 너무 불편해 보였다.
명우도, 명빈도 집에 없고 윤정겸이 위층으로 올라올 일도 없었다.
이에 희유는 망설이다가 석유의 셔츠까지 벗겨주고 다시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언니, 꿀물 끓여 왔어요. 조금만 마셔요.”
석유는 흐릿하게 눈을 떴다.
잠시 멍하니 희유를 바라보다가 경계를 풀고 꿀물을 받아 반 잔 정도 마셨다.
“잘 자요. 언니. 저 바로 옆에 있어요.”
희유가 부드럽게 말하자 석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다시 눈을 감았다.
희유는 석유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뒤, 불을 끄고 방을 나섰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다들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오철훈 가족은 윤정겸과 함께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곧 윤정겸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석유 괜찮아?”
윤정겸의 말투에는 자책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괜히 술을 많이 마시게 했네. 집에서 담근 술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아요.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희유가 웃으며 답히지 이신아가 말했다.
“아까 보니까 석유 씨, 술 마실 때 뭔가 고민 있는 것 같던데...”
희유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석유의 고민이라면 아마 자신이 강화주로 가게 된 일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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