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30화
오철훈이 술을 들고 오자 윤정겸은 문득 자신이 담근 와인이 떠올랐다.
뚜껑을 열자 짙은 술향이 퍼져 나왔고, 윤정겸은 한 병을 따랐다.
자줏빛이 도는 붉은색, 맑고 윤기가 흐르며, 향은 순수하면서도 과일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성공한 것 같았다.
윤정겸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자, 다들 한번 마셔봐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신아가 칭찬하자 으쓱해진 윤정겸은 한 잔씩 따라주었다.
“혼자 한 건 아니고 희유랑 석유도 같이 했어요.”
석유 차례가 되자, 석유는 고개를 저었다.
“감사하지만 저는 술 못 마셔요.”
“이건 집에서 담근 거라 취하지도 않아요.”
이신아가 능숙하게 말했다.
“이거 한 병 다 마셔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만 맛봐. 우리가 담근 첫 와인이잖아.”
윤정겸도 거들자, 석유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제가 따를게요.”
“내가 해줄 테니까 너는 가만히 앉아 있어.”
윤정겸은 직접 석유의 잔에 술을 따랐는데 주량이 약한 걸 알기에 반 잔만 채워주었다.
희유도 윤정겸이 따라준 술을 받았다.
호기심에 살짝 한 모금 마신 뒤, 곧바로 석유를 보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괜찮아요. 맛있어요.”
석유도 한 모금 마셨다.
새콤하면서도 살짝 떫은 맛, 진한 술향이 과일 향에 눌려 있었다.
전문적으로 만든 와인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술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마시는 순간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맛있다고 느껴졌을 수 있었다.
이신아는 희유와 석유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
“애들 고생했으니까 많이 먹어요. 기력 좀 보충해야 하니까.”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식사를 이어갔다.
희유의 잔은 금세 비었고 이신아는 다시 가득 채워주었다.
그리고 석유의 잔에도 자연스럽게 술이 다시 채워졌다.
집에서 담근 술이라 도수가 낮다고 생각한 석유는 반 잔을 마셔도 별다른 느낌이 없어 거절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술은 뒤늦게 취기가 올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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