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45화
밤이 내려앉자 낮 동안 조금은 북적이던 마을도 금세 조용하고 스산해졌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남자의 말은 귓속을 찌르듯 아프게 스며들었다.
이에 석유는 차갑게 명빈을 노려봤다.
“정신 나간 거 아니에요?”
명빈은 바람 속에 서 있었고 굉장히 또렷한 눈매와 붉은 입술에는 옅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제가 산 어묵 아직 못 먹었어요. 석유 씨가 발로 차버렸잖아요. 그러니까 대신 사줘요.”
석유는 검은 눈으로 명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갑자기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뭔데요?”
명빈이 몸을 가까이 기울이며 무자 석유는 입꼬리를 올렸다.
“민래 씨랑 정말 잘 어울려요.”
‘둘 다 뻔뻔하니까.’
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돌아섰으나 명빈은 뒤에서 따라붙었다.
“석유 씨가 안 사면 제가 살게요. 오늘 구해준 거 보답해야 하잖아요.”
석유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별거 아니었어요.”
명빈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저 사람들하고 밥 먹기 싫어요. 혼자 나가서 먹자니 좀 이상하고, 여기서 아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잖아요.”
“저는 모르는 사이인데요?”
석유가 잘라 말하자 명빈은 웃음을 흘렸다.
“모르는 사인데 목숨까지 구해줬네요. 그럼 더더욱 보답해야죠.”
석유는 걸음을 멈추고는 돌아서서 명빈을 노려봤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또 사진 찍혀서 오해 생기게 하고, 민래 씨가 저한테 시비 걸게 만들려고요? 아니면 저도 두 분 연애 놀이의 일부인가요?”
그 말에 명빈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표정은 굳어졌다.
“저 민래랑 헤어졌어요.”
석유는 잠시 멈칫했다.
첫 번째로 든 생각은 민래가 알게 된 건가였지만 곧 스스로 부정했다.
‘그럴 리 없어. 알았다면 오늘 칼 들고 온 사람은 그 여자였을 테니까.’
석유는 담담하게 물었다.
“왜요?”
명빈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밥 사주면 말해줄게요.”
석유는 낮게 비웃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둘이 헤어지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명빈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 여자는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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