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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8화

잠시 후, 석유는 서문의 머리를 감겨주고 드라이까지 마친 뒤 마당으로 데리고 나와 머리를 잘라주기 시작했다. 석유가 가방에서 헤어샵에서 볼 법한 가운과 여러 가지 가위를 꺼내자, 서문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이거 다 언니가 산 거예요?” “응.” 석유는 담담하게 대답하며 박서문을 앉히고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싹둑싹둑 하는 소리와 함께 망설임 없이 가위를 놀리자, 몇 년 동안 길러온 긴 머리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이에 서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왜 다 잘라버려요?” 그러자 석유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아직 스스로를 제대로 챙길 수 없는 나이에, 머리 손질해 줄 사람도 없으면 짧게 자르는 게 나아.” 마당에서 장작을 넣고 있던 명빈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석유를 바라봤다. 그리고 시선이 자연스럽게 석유의 단정한 단발머리에 머물렀다. ‘혹시 저 머리도 같은 이유일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석유 집에는 분명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서문은 석유의 말에 마음이 찔린 듯 얼굴을 찌푸렸다. “할머니가 챙겨줘요. 그냥 너무 바빠서 그래요. 폐지 주워야 하고, 산에 가서 나물 캐서 돈도 벌어야 하고.” “머리 짧게 자르면 그런 고민도 없어.” 석유는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단정하게 결론을 내렸다. 이에 서문은 두 손을 꼭 쥐고 눈을 질끈 감더니 무언가를 결심한 듯, 머리를 자르도록 그대로 맡겼다. 명빈은 불을 보면서 두 사람의 실랑이를 듣고 있었다. 속으로는 서문이 좀 버텨주길 바랐지만, 결국은 늘 석유의 승리였다.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하늘은 불타오르듯 붉게 물들었고, 마지막 빛이 고요한 마을을 감싸 안고 있었다. 석유는 가느다란 가위를 쥔 채 집중하고 있었다. 별처럼 또렷한 눈빛, 햇빛에 물든 하얀 얼굴 위로 붉은 노을이 번지자 눈썹과 코끝에 반사된 빛이 마치 별빛처럼 반짝였다. 차갑고 냉정한 분위기였지만 동시에 맑고 투명한 느낌이었다. “불 꺼지고 있어요!” 서문이 갑자기 소리치자 명빈은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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