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87화
이 세상에 절대적인 옳고 그름은 없었지만 분명한 입장은 존재했다.
하호훈은 아버지이자 하씨 집안의 가장이었다.
하지만 어떤 일을 두고 이해득실을 따질 때마다, 하호훈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건 늘 하씨 집안의 가장이라는 위치였다.
그러나 아버지라는 입장은 이미 오래전에 잊힌 뒤였다.
하호훈 눈빛에 잠시 생각에 잠긴 기색이 스쳤다가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명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석유를 정말 많이 아끼시네요.”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명빈은 순간 멈칫했다.
“석유를 잘 부탁해요.”
하호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명빈은 그대로 서서 점점 멀어져 사라지는 하호훈 뒷모습을 바라봤다.
늘 사람 홀릴 듯 웃고 있던 눈빛에는 드물게 혼란과 답답함이 어렸다.
“뭘 그렇게 봐요?”
뒤에서 갑자기 석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명빈은 말을 더듬었다.
이상하게도 괜히 긴장되고 뜨끔한 기분이었다.
석유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명빈을 바라봤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막 마당 밖으로 빠져나가는 하호훈 차가 보였다.
곧 석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우리 아빠랑 무슨 얘기했어요?”
명빈은 이미 평소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린 채 웃으며 말했다.
“석유 씨 아버지가 석유 씨를 잘 부탁한다고 하셨어요. 석유 씨를 나한테 맡긴 거죠.”
석유는 예전부터 하호훈이 명빈을 자신의 남자친구로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자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아빠가 오해한 거예요. 그런 말은 굳이 진지하게 안 받아들여도 돼요.”
“근데 원래도 계속 제가 석유 씨를 챙기고 있었잖아요.”
명빈 웃음이 더 짙어졌다.
“근데 뭘 새삼스럽게 오해라고 해요?”
석유는 이런 의미 없는 말싸움을 이어가고 싶지 않아 그저 담담하게 물었다.
“도철민은 언제 와요?”
“오전이면 성주 도착할 거예요.”
명빈은 뒤쪽 장식장에 기대선 채 느긋하게 웃었다.
“근데 도철민이 돌아온다고 해도 본인이 뭘 할 수 있는데요? 협박이라도 하게요?”
“그런 사람은 원래 앞뒤 다른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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