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06화
명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방을 나갔고, 자기 방으로 돌아간 명빈은 샤워실 안에 섰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차가운 물줄기를 그대로 맞자, 차가운 물은 급하게 흐르는 시냇물처럼 넓고 단단한 어깨와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가슴속 뜨거움만큼은 전혀 식혀주지 못했다.
샤워를 마친 명빈은 침대에 누웠으나 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뒤척였다.
고작 자신 때문에 부어오른 입술 한 번 본 것뿐인데 왜 이렇게 반응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곧 명빈은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렸고, 미간에는 짙은 짜증이 서려 있었다.
결국 명빈은 몹시 분한 얼굴로 자기가 잠을 못 자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다음 날 아침.
명빈이 방에서 나오자 마침 막 일어난 석유와 복도에서 마주쳤다.
석유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로 가볍게 인사했고, 목소리 역시 여전히 차분하고 쿨했다.
“아침 준비됐어요. 내려가서 먹죠.”
밤새 한숨도 못 잔 명빈은 속이 잔뜩 뒤틀린 상태였는데 석유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굴자 오히려 더 열이 치밀었다.
“아주 푹 잤나 보네요?”
석유 시선이 명빈 얼굴로 향했는데, 눈 밑이 살짝 거무스름했다.
“잠 못 잤어요?”
“석유 씨 생각엔 어때요?”
명빈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석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진짜 이상하네요.”
명빈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석유를 바라봤다.
“어젯밤 일, 다 잊은 거예요?”
석유는 계단 아래로 걸어가며 담담하게 물었다.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어요?”
석유는 한참 대답이 없자 뒤돌아봤는데 명빈은 여전히 계단 위에 서 있었다.
짙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의미 모를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요? 걱정 안 해도 돼요. 난 이미 다 받아들였어요.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이제 더는 나한테 영향 못 줘요.”
석유가 설명하자 명빈은 낮게 물었다.
“그 사람들이 한 짓은 괜찮아졌다고 쳐요. 그러면 석유 씨가 나한테 한 건요?”
석유 눈빛이 흔들렸다.
“뭘요?”
명빈은 차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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