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40화
명빈은 석유를 안은 채 욕조 안으로 들어갔고, 따뜻한 물결이 천천히 두 사람 몸을 감쌌다.
명빈은 몸을 숙여 석유를 품 안에 끌어안았고, 젖은 짧은 머리카락은 물결 따라 천천히 흩어졌다.
검은 머리카락이 물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명빈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닿을 듯 말 듯한 감촉이 사람 마음을 괜히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욕조 위 물결도 잔잔하게 흔들렸고, 은은한 조명 아래 겹쳐진 그림자가 물 위에 어른거렸다.
숨 막히는 따뜻함 속에서 감각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석유가 불편한 듯 몸을 움찔거리자 명빈은 바로 석유를 끌어 올렸다.
물소리가 크게 퍼지자 석유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마를 살짝 맞댔다.
두 사람 사이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
그날 밤 석유는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오래전 원가에서 있었던 그날 밤 꿈꾸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이 꿈속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선명했고, 석유는 제3자의 시선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멈추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당황스러움과 혼란, 부끄러움까지 뒤섞여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꿈속 자신과 다시 겹쳐졌다.
복잡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사람을 박살을 낼 듯 흔들어댔다.
그리고 명빈은 그런 석유를 다시 붙잡아 하나로 끌어안고 있었다.
전혀 다른 석유로 바꿔놓으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석유는 변하는 게 두려웠고 그래서 더 밀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꿈속에서도 끝내 벗어날 수 없었다.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함정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석유는 갑자기 눈을 떴다.
커튼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희미한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바깥은 막 밝아오기 시작한 시간이었고, 석유는 아직 꿈 때문에 정신이 어수선한 상태였다.
그런데 곧 몸이 굳어버렸다.
명빈이 거의 온몸으로 석유를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팔은 단단히 감겨 있었고 긴 다리까지 겹쳐 있었고, 이마마저 딱 붙어 있었다.
마치 사람 크기 인형을 안고 자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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