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55화
그 말에 석유는 걸음을 멈췄다.
절벽 아래쪽에 선 석유의 모습은 유난히 작고 외로워 보였다.
잠시 뒤 석유는 뒤돌아 명빈을 바라봤는데, 표정은 이미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건 그냥 명빈 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아직 저 자신을 바꿀 정도까진 아니라는 뜻이에요.”
명빈은 깊은 눈빛으로 석유를 바라봤다.
한참 뒤 명빈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요?”
석유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산에서 내려갈 땐 사람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명빈은 석유가 올라왔던 길 그대로 걸어서 내려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여자는 바로 케이블카 쪽으로 향했다.
곧 명빈이 물었다.
“왜 걸어서 안 내려가요?”
석유는 담담하게 답했다.
“내려가는 건 목적이 아래로 가는 거잖아요. 그러면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으로 가면 되죠.”
명빈은 석유의 진지한 얼굴을 보다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곧 석유가 고개를 돌렸다.
“왜 웃어요?”
명빈은 눈을 접어 웃었다.
“귀여워서요.”
석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침 케이블카가 도착했고 석유는 몇 걸음 빠르게 걸어가 먼저 올라탔다.
명빈은 석유 맞은편에 앉았다.
해는 이미 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고 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산 풍경도 이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산 아래 곳곳에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다.
그 또한 또 다른 풍경이었다.
그때 케이블카가 공중에서 갑자기 한번 크게 흔들렸고, 명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석유 옆으로 와 앉더니 손을 내밀었다.
“무서우면 내 손잡아요.”
그 말에 석유는 비웃듯 말했다.
“무서운 건 명빈 씨겠죠.”
명빈은 순순히 인정했다.
“맞아요. 엄청 무서워요.”
그러면서 먼저 석유 손을 붙잡았다.
“이렇게 잡고 있으니까 좀 낫네요.”
석유 얼굴이 차갑게 굳으며 손을 빼내려 하자 명빈이 곧바로 말했다.
“계속 움직이면 케이블카 또 흔들릴 수도 있는데 그럼 제가 어지러워서 손만 잡는 걸로 안 끝날 수도 있어요.”
석유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명빈 씨는 무조건 떼쓰는 것밖에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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