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65화
석유가 다시 샤부샤부 가게 안으로 들어왔을 때 희유와 우한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희유는 석유를 보자마자 따뜻한 레몬차를 한 잔 따라 건넸다.
“밖이 많이 추워요? 일단 이거부터 좀 마셔요.”
석유는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한 모금 마시고는 희유와 우한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잠시 후 옆에 두었던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석유는 화면을 확인하자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눈 와요.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일찍 들어가요.]
아이를 달래는 듯 다정한 말투였다.
한편으로는 지나칠 만큼 살뜰한 걱정 같기도 했다.
석유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자, 어느새 눈발은 더 굵어져 있었다.
김이 서린 유리창 위로 눈송이가 닿자마자 금세 녹아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렸다.
명빈은 늘 그랬다.
석유가 아무리 차갑게 굴어도 스스로 금세 기분을 풀어버렸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웃으며 다가왔다.
냄비 안 국물은 이미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뜨거운 김이 가게 안 가득 퍼졌다.
맞은편 희유와 우한은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는지 연신 웃고 있었다.
가게 전체가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고, 석유는 고기 한 점을 집어 냄비 안에 넣었다.
그러자 고기 향이 뜨거운 김과 함께 천천히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제야 석유는 자신이 꽤 배고픈 상태였다는 걸 깨달았다.
배고플 때 맛있는 샤부샤부 한 끼,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희유 말처럼 어떤 일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목마르면 물 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는 것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면 되는 거였다.
굳이 자신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버틸 필요는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야 민래의 일을 떠올린 명빈은 바로 비서에게 전화해 민래 행방을 알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30분 뒤, 비서가 다시 전화해 왔다.
[민래 씨 어제 바로 출국했어요.]
그 말을 들은 명빈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이 터질 뻔했다.
‘원래 겁이 저렇게 많았나?’
명빈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도망쳐버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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