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73화
윤정겸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명빈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말했다.
“마음의 병이라도 생긴 거야?”
그 말에 명빈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이내 가슴을 감싸 쥐며 일부러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아파 죽겠어요. 진짜 너무 아픈데요?”
그러자 윤정겸은 웃으며 명빈 다리를 툭 걷어찼다.
“그만 연기하고 무슨 일인지 말해봐.”
명빈은 손을 내리고 씨익 웃었다.
“속으셨네요. 그냥 요즘 좀 바빠서 피곤한 거예요. 직장인의 고충이라고요. 은퇴한 공무원 고위직 출신은 절대 모르걸요?”
윤정겸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진짜 별일 없는 거 맞아?”
평소엔 그렇게 부산스럽고 시끄럽던 아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니 오히려 더 이상했다.
“괜찮아요. 저녁 뭐 해 드실 건데요? 오늘은 제가 술 한잔 같이해 드릴게요.”
명빈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었다.
“다들 안 들어오는데 저라도 아버지 챙겨야죠.”
“흥.”
윤정겸은 콧방귀를 뀌었다.
“혼자 있는 게 더 편해. 옆집 오철훈네 오늘 축하 파티한다고 세 번이나 부르던데 난 안 갔어.”
명빈이 물었다.
“무슨 축하 파티요?”
“이신아 있잖아. 그 춤 경연대회에서 상 받았다고 유난 떨면서 축하 파티 연다더라. 가족들까지 전부 오라고 해서 아주 정신없어.”
그 말을 들은 명빈의 가느다란 눈매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공연 희유 씨도 참여했잖아요. 그럼 희유 씨도 초대받았겠네요?”
윤정겸이 뒤늦게 깨달은 듯 말했다.
“아, 그러네. 희유도 갔겠구나.”
희유가 갔다면 석유도 분명 함께 갔을 터였다.
게다가 오씨 집안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라면 승일까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조용히 가라앉아 있던 명빈의 마음이 갑자기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산속 샘물 아래 금이 가며 따뜻한 물줄기가 솟구쳐오르듯, 잠잠했던 감정이 순식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명빈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이렇게 좋은 일인데 우리가 축하 안 해주면 섭섭하죠.”
윤정겸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됐어, 됐어. 지금쯤 이미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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