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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4화

윤정겸은 명빈의 놀림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혼자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이었다. “희유가 오면 석유도 같이 올까? 올 것 같은데.” “내가 지금 전화해서 승일이도 퇴근하고 바로 오라고 해야겠다.” 명빈은 귤을 한입 베어 물자 신맛이 확 올라왔다. “아버지. 왜 자꾸 승일이만 챙겨요? 아들인 제가 여자친구 없는 건 안 보이세요?” 그러자 윤정겸은 코웃음을 쳤다. “허. 너는 석유 안 좋아하잖아. 그럼 내가 석유한테 남자 소개도 못 해주냐?” 명빈은 바로 받아쳤다. “누가 제가 안 좋아한댔어요?” 윤정겸은 명빈을 바라봤다. 딱 봐도 다 알고 있었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었다. “드디어 솔직하게 말하네.” 그제야 명빈은 윤정겸이 일부러 떠본 거였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딱히 민망해하지도 않고, 그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웃었다. “좋네요. 별수 다 써서 집으로 불러놓고 결국 자백 받아내려고 한 거였어요?” 윤정겸은 콧방귀를 뀌었다. “예전엔 몰랐지. 유민래랑 같이 석유 괴롭히고 틈만 나면 사람하고 언쟁했잖아.” “그러던 네가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겠냐?” 그러다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근데 이번에 입원한 거 보니까 뭔가 수상하긴 하더라. 역시 내 아들이야. 눈은 좋네.” 명빈은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알아봐야 무슨 소용이에요. 혼자 좋아하는 건데.” 윤정겸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석유가 너 안 받아줬어?” 그러더니 아주 통쾌하다는 얼굴이었다. “꼴좋다. 내가 석유라도 쉽게는 안 받아줬겠다. 네가 예전에 했던 짓들 생각해 봐.” 명빈은 이를 갈았다. “도와줄 생각은 없으면서 옆에서 더 불 지피고 계시네. 저 지금 열받아서 입안까지 헐었어요.” 윤정겸은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네가 이런 날도 있구나.” 명빈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지만 윤정겸은 계속 즐거워했다. “며칠 전부터 왜 그렇게 상태 이상한가 했더니 고백했다가 차였던 거였네. 석유 진짜 괜찮은 애야. 생각도 있고 성격도 있고.” 명빈은 가슴을 누르며 말했다. “아버지 진짜 할 일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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