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96화
명우는 천천히 걸어와 희유 옆에 앉았고, 여자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예전 그대로였다.
곧고 단단한 몸, 차분하고 냉정한 분위기.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몇 년이 흘렀는데도 변한 게 없는 사람 같았다.
명우 역시 깊은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
“무슨 얘기 하려고?”
희유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강화주 고분 유물 복원 신청 있잖아요. 관장님이 승인해 주셨어요. 다음 주 수요일에 떠나요.”
명우 눈빛은 바다처럼 깊었다.
겉은 고요했지만 그 아래에는 거센 흐름이 숨어 있었다.
잠시 뒤 명우는 낮게 입을 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알게 된 거야?”
희유는 고개를 숙였고 명우는 조용히 말했다.
“원망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겠지.”
“그리고 말하는 순간 못 가게 될까 봐 더 무서웠을 거고.”
희유는 고개를 조금 더 숙이자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그림 같은 얼굴을 가렸다.
“미안해요. 근데 정말 가고 싶었어요. 계속 박물관 안에만 있고 싶진 않았고요.”
고고학은 늘 희유 꿈이었다.
직접 유물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수천 년 잠들어 있던 유물들이 원래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명우 말도 맞았다.
희유는 명우에게 말하는 순간 자기 신청서가 영영 관장 책상 아래 묻혀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끝까지 말할 수 없었다.
명우는 희유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고, 짙은 눈동자 안에는 뜨거움과 포용이 함께 담겨 있었다.
“내가 왜 못 가게 해? 사랑한다는 건 옆에 묶어두는 게 아니야. 넌 자유로운 사람이니까.”
어두운 조명 아래, 희유는 명우와 눈을 마주한 채 천천히 웃었다.
“제가 너무 편협하게 생각했네요.”
명우가 물었다.
“가면 나 보고 싶을 거야?”
희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명우는 다시 물었다.
“그럼 아직도 날 원망해?”
희유 표정이 순간 굳어지더니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봤다.
한참 뒤, 희유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때 내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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