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90화
석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예슬 씨, 오늘부로 해고예요.”
예슬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어버린 듯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결국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두의 칭찬을 받으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는데 표절이라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이 극적인 반전은 예슬 자신은 물론이고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조차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이었고 귀신만 못 봤을 뿐, 별의별 일을 다 겪어본 사람들이었다.
결국 모두 입가에 씁쓸한 비웃음만 머금을 뿐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김하운은 석유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 건 제 책임도 있으니 저도 함께 징계해 주세요.”
김하운은 단 한 번도 석유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설령 증거가 없었더라도 석유의 말이라면 믿었을 것이다.
곧 석유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한예슬 씨는 꽤 영리한 사람이었어요. 본부장님 말씀대로 두뇌 회전도 빠르고요.”
“다만 그 재능을 올바른 곳에 쓰지 않았을 뿐이에요. 이번 일은 본부장님 책임이 아니에요.”
“그날 제가 우연히 하연 씨 컴퓨터를 보지 않았다면 저도 예슬 씨가 기획안을 표절했다는 사실은 몰랐을 거예요.”
김하운은 여전히 자책하는 표정이었고 실망감도 감추지 못했다.
“제가 여러 번 부사장님께 추천까지 했는데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석유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고하면 그만이고 아쉬워할 일도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 손절하는 편이 훨씬 낫죠”
“정말 2년, 3년 동안 키워서 가장 믿는 사람이 된 뒤에야 본모습을 알게 되는 것보다 훨씬 다행이잖아요.”
그 말에 동의하는지 김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
김하운이 사무실로 돌아오자 예슬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눈은 이미 울어서 퉁퉁 부어 있었고 흐느끼며 말했다.
“본부장님, 저 정말 억울해요. 부사장님은 원래부터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이번 일도 부사장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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