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90화
여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풍성하고 윤기 나는 머리를 하고 있었다.
테 없는 안경을 쓴 채 화판을 품에 안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풋풋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는 계속 올라갔고 5층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크게 흔들리더니 그대로 멈춰 섰다.
여자는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무슨 일이죠?”
김하운은 곧바로 문 열림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천장의 조명도 깜빡이기 시작했고 누가 봐도 고장이 난 상황이었다.
여자는 엘리베이터 벽에 바짝 붙은 채 긴장한 눈으로 김하운을 바라봤다.
김하운은 계속 문 열림 버튼을 누르면서 엘리베이터 안에 적혀 있는 긴급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현재 상황을 간결하게 설명했다.
여자는 김하운이 조금도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조금 안심했다.
김하운은 차분한 목소리로 현재 위치와 고장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뒤 김하운이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기사님 금방 올 거예요.”
여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장의 조명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좁고 밀폐된 공간은 사람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에 여자는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먼저 말을 꺼냈다.
“아까 같이 계시던 분, 여자친구예요? 정말 예쁘시던데요.”
김하운은 대답하지 않자 여자는 혼잣말처럼 말을 이었다.
“저는 맞선 보러 가는 길이에요. 저보다 한참 많은 아저씨랑 맞선을 보라는데, 정말 오기 싫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꼭 가라고 하셔서 왔는데, 보세요. 엘리베이터까지 고장 났잖아요.”
그제야 김하운은 여자를 제대로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으며 물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게 무슨 의미인데요?”
여자가 콧방귀를 뀌듯 말했다.
“시작부터 재수가 없다는 뜻이죠. 이 맞선은 절대 안 될 거예요.”
김하운은 진심으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자는 그제야 눈을 반짝였다.
“그러네요. 좋아해야 하는 거였네요.”
여자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혼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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