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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3화

놀란 기색 속에서도 감춰지지 않는 반가움이 묻어났다. 곧 하린은 책장 뒤편에서 걸어 나왔다. 긴 머리는 느슨하게 하나로 묶여 있었고, 귀 옆에는 복슬복슬한 털 핀을 꽂고 있었다. 풋풋한 소녀 같은 분위기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을과도 잘 어울렸다. 하린은 김하운 맞은편에 앉았다. 옥처럼 희고 맑은 얼굴 위로 황금빛 햇살이 내려앉았고, 귓불마저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생기 넘치는 눈동자가 김하운을 이리저리 살폈다. “오빠, 오늘은 정장을 제대로 차려입었네요?” 김하운은 거래처를 만나러 온 길이라 깔끔한 정장 차림이라 평소보다 한층 더 차분하고 엄격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곧 김하운은 담담하게 말했다. “잠깐 있다가 바로 갈 거예요.” 하린은 김하운이 조용히 있고 싶어 한다는 뜻을 바로 알아차렸는지 시원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편하게 있어요. 저는 새로 들어온 책들 정리하고 있을게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말을 마친 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잠시 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오빠 드리는 거예요.” 김하운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하린은 다시 자기 일을 하러 갔다. 새로 들어온 책들을 분야별로 책장에 꽂고, 손님들이 읽고 제자리에 두지 않은 책들도 하나하나 정리했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다가 모든 일을 끝낸 뒤에야 자신의 소파에 앉았다. 그러더니 화판을 꺼내 들고 조용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슨 그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리 집중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몇 번 붓을 움직이다가 한참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김하운이 떠날 무렵에는 하린이 소파에 기대 잠이 들어 있었다. 한 손목으로 머리를 괸 채 긴 머리가 흘러내려 얼굴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김하운은 일부러 깨우지 않고 읽었던 책 두 권을 들고 셀프 결제를 마친 뒤 조용히 서점을 나섰다. ... 세 번째로 하린의 서점을 찾았을 때는 책을 사려는 것도, 우연히 지나가던 것도 아니었다. 밤 9시까지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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