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94화
아마도 평소에도 자주 먹이를 챙겨 준 덕분인지, 고양이는 하린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가끔 고개를 들어 몇 번 야옹 하고 울어줄 뿐이었다.
하린도 고양이를 따라 작게 대답했다.
“야옹, 야옹.”
그 한마디에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던 풍경이 금세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하린이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새까만 눈동자에는 잔잔한 빛이 일렁였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김하운은 마치 몰래 훔쳐보다 들킨 사람처럼 괜히 민망해졌다.
다행히 감정을 숨기는 데는 익숙했기에 아주 찰나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시선을 책으로 내렸다.
그리고 다시 창밖을 바라봤을 때는 하린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저녁 무렵.
김하운은 읽던 책을 정리하고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배낭을 멘 젊은 여자가 서점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하린!”
그제야 김하운은 여자의 진짜 이름은 이하린이고, 그래서 서점 이름도 린당서점였다는 것을.
하린은 책장 뒤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며 느긋하게 말했다.
“손님, 서점에서는 큰 소리 내시면 안 돼요.”
“무슨 손님이야. 여기 손님도 없잖아...”
여자는 말하다 김하운을 발견했다.
그러자 순간 얼굴이 붉어지더니 얼른 말했다.
“죄송해요.”
그리고 재빨리 하린에게 다가갔다.
하린은 책장에 몸을 기댄 채 느긋하게 물었다.
“우리 아가씨가 무슨 일로 찾아오셨으려나?”
여자는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뻔뻔하게 묻기는.”
“게임 캐릭터 디자인 맡은 거 아직도 안 끝났지? 클라이언트가 벌써 몇 번이나 재촉했어.”
“나 계약금까지 받아놨단 말이야. 제때 못 넘기면 돈도 돌려줘야 하고 위약금까지 물어야 해.”
하린은 대충 손을 내저었다.
“알았어, 알았어. 매일 그리고 있잖아. 손목도 아플 정도라니까. 납품일까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뭘 그렇게 급해?”
그 말을 들은 김하운은 속으로 웃음이 났다.
‘매일 그리고 있다니. 내가 보기엔 대부분 소파에서 잠만 자던데.’
여자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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