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01화
이전에는 두 사람도 제법 가까워진 사이였다.
하린은 김하운과 농담도 하고 장난스럽게 놀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왜인지 머리가 하얘지고 혀까지 꼬여 버렸다.
하린이 앞으로 다가가 찻잔을 집으려 했다.
“저도 차는 끓일 줄 아... 앗!”
말을 끝내기도 전에 뜨거운 찻잔에 손이 닿아 황급히 손을 뺐다.
“데었어요?”
김하운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옆에는 찻잔을 씻는 곳이 있어 김하운은 하린의 손목을 잡아 그곳으로 데려간 뒤, 여자의 손을 잡아 차가운 물 아래에 갖다 댔다.
손가락은 빨갛게 달아올라 화끈거리고 있었다.
하린은 그런 김하운의 잘생긴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조금은 창피했지만 조금은 설렜다.
오늘의 하린은 평소답지 않게 너무 덤벙거렸다.
“아파요?”
김하운이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원한 물이 손끝을 적시자 화끈거림도 조금씩 가라앉았고, 하린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조금 더 식혀야 해요.”
김하운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 원래는 린당서점에 가려고 했어요.”
“집을 나서려는데 그제야 할아버지께서 하린 씨랑 이순철 어르신이 집에 오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하린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번지더니 손끝도 저도 모르게 살짝 움츠러들었다.
곧 하린은 눈을 내리깔고 물었다.
“책 사러 오려고 했어요?”
“아니요.”
김하운은 물을 잠근 뒤 옆에 있던 휴지를 집어 하린의 손을 조심스럽게 닦아주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린 씨를 만나러 가려고 했어요.”
그 말은 마치 한 줄기 빛이 심장 위에서 터진 것만 같았다.
하린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다시 물었다.
“뭐라고요?”
그러자 김하운은 하린의 손을 놓고, 단정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하린 씨가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괜히 부담을 드릴까 봐 제가 먼저 할아버지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드렸고요.”
“근데 그게 오히려 오해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미안해요.”
하린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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