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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2화

김하운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는 제가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몰랐어요.” 하린은 김하운을 바라봤는데 원래도 붉었던 얼굴이 더 새빨개졌다. 이순철은 김하운이 이렇게 솔직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자 더는 화를 낼 수가 없어 그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괜찮은데 우리 하린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문제겠네.” 갑자기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하린은 얼굴이 확 붉어졌다. “저는...” 그때 김군호가 말을 받았다. “자네도 참, 이제는 정말 노망이 났군. 하린이가 당연히 좋다고 한 거지. 아니면 왜 나한테 직접 차를 따라줬겠어?” 하린은 원래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김군호가 분명 자신을 난처하지 않게 해주려는 것임을 알고 그저 웃기만 했다. 이순철 역시 손녀인 하린의 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올 때만 해도 내키지 않아 했지만, 지금은 분명 마음이 있다는 것이 보였다. 이순철은 흐뭇한 마음으로 김하운에게 당부했다. “우리 하린이는 정말 착한 아이니까 꼭 잘 대해줘.” 그러자 김하운은 곧바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에 김군호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 “하린이 데리고 가서 놀다 와. 우리 두 늙은이 옆에만 있지 말고.” 김하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하린을 데리고 2층 자신의 서재로 올라갔다. 남자의 서재는 매우 넓었고, 별도의 발코니까지 있었다. 고풍스러운 수정 조명 아래에는 금으로 장식이 된 골져스한 책장이 놓여 있었고, 여러 분야의 책들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어 진한 책 향기가 감돌았다. 하린이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곧 하린은 책장 앞으로 다가갔다. 한 칸에는 자신의 서점에서 팔았던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하린은 돌아서서 물었다. “이 책들 다 읽었어요?” 김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고 지금은 거의 다 읽었어요.” 하린은 그런 김하운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자신은 서점을 운영하면서도 책은 띄엄띄엄 읽고, 한 권을 다 읽는 데도 오래 걸렸다. 김하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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