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08화
이쪽은 민씨 저택의 고풍스러운 정원이었다.
기암괴석과 정자가 곳곳에 자리하고 작은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양옆에는 온갖 진귀한 꽃과 풀이 무리 지어 자라 눈길 닿는 곳마다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멀리 푸른 대나무와 늘어진 버드나무 너머로 명경은 한 여자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여자는 칠부 소매의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눈썹은 먼 산처럼 은은했고 눈은 가을 호수처럼 맑았다.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완벽하게 조각된 조각상 같았지만, 영혼이 없는 듯했다.
명경은 걸음을 멈췄다.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유청 씨? 맞으시죠?”
나뭇잎 사이로 얼룩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햇살은 잘게 부서져 내려앉았다.
유청의 피부는 거의 투명하게 느껴질 만큼 희었다.
그 때문에 별처럼 빛나는 검은 눈동자와 입체적이고 정교한 이목구비가 더욱 선명하게 돋보였다.
유청은 걸음을 멈추고 눈을 내리깐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청아한 분위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묻어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스쳐 지나가던 순간, 명경이 갑자기 손을 뻗어 유청의 팔을 잡으려 했다.
“유청 씨, 조심해요.”
옆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아직 푸른 감 하나가 어쩐 일인지 갑자기 떨어져 유청을 향해 곧장 날아왔다.
유청은 순간 놀라 굳었는데, 낯선 남자의 손길이 닿는 것이 싫었던 듯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마침 뒤꿈치가 길 가장자리에 걸렸고, 그대로 볼썽사납게 잔디밭에 넘어졌다.
조금 전까지 유청을 도우려던 것처럼 보였던 명경은 정작 여자가 바닥에 넘어지자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유청은 어려서부터 단정하고 예의 바르게 교육받아 이런 망신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희고 고운 얼굴이 순식간에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졌다.
곧 유청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유청아.”
멀지 않은 곳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빠르게 다가와 유청을 부축하려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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