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22화
유청은 가벼운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둑하고 고요해졌다.
유청은 명경의 곁을 지나며 남자가 정말 잠든 것을 확인한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명경이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명경은 어두컴컴한 방 안을 바라봤는데,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몸을 덮고 있던 얇은 담요가 흘러내리자 그제야 완전히 정신이 들었다.
명경은 옆에 있는 플로어 스탠드를 켜고 유청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 있어요?”
[사장님께서 주무시길래 방해할까 봐 도서관에 와서 책을 보고 있어요.]
유청의 목소리는 피아노 선율처럼 부드럽고 맑았다.
명경은 은은한 노란빛이 감도는 전등갓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사무실을 차지했네요.”
[그런 말씀 마세요. 원래 사장님 소유인 곳이니 편하게 사용하시면 돼요.]
유청의 웃음 섞인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졌다.
명경은 시선을 거두었다.
“그럼 가볼게요.”
[안녕히 가세요.]
하루가 지난 뒤, 유청은 점심을 먹고 다른 선생님 한 명과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사무실로 돌아와 문을 열자 발코니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명경은 검은 셔츠를 입고 긴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었다.
그 탓에 늘씬하고 곧은 체격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먹빛처럼 검고 긴 눈매가 유청을 향하자 명경이 담담하게 물었다.
“민 선생님, 오후에 시간 있나요?”
유청은 이미 무슨 일인지 짐작했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어요.”
유청은 방으로 들어가 겉옷을 하나 갈아입고 피아노 앞으로 걸어갔다.
피아노 덮개에 손을 올리려던 순간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말했다.
“명 선생님, 불면증이 계속된다면 그래도 믿을 만한 의사를 찾아보시는 게 좋아요. 음악에 의지해서 잠드는 건 임시방편일 뿐이에요.”
그림처럼 단아한 얼굴에 나지막하고 담담한 목소리였다.
한여름에 불어오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 같았다.
명경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