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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5화

신씨 집안의 회사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온성에서 신씨 집안이 이름을 알린 것은 조상 대대로 학자 집안이었기 때문이다. 경준의 삼촌과 고모는 각각 유명 화가와 방송국 아나운서였고, 경준의 할아버지도 지역 문화 관련 부서에서 꽤나 높은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래서 신씨 집안 사람들은 재산보다 명예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경준이 짊어진 빚은 신씨 집안을 파산시키고도 남을 만큼 막대한 액수였다. 이날 오후, 명경은 평소처럼 유청을 찾아와 피아노를 연주해 잠들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유청이 막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명경의 전화가 울렸다. 명경은 화면을 한번 확인한 뒤 고개를 들어 유청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전화 좀 받을게요.” 유청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장님. 편하게 받으세요.” 유청은 명경에게 방해가 될까 봐 먼저 서재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 곧 명경은 베란다로 걸어가 전화받은 뒤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사장님, 신경준 씨가 또 강리혁 씨를 찾아가 돈을 빌리려고 하네요. 이번에도 빌려줄까요?] 인터네이트의 정영광이 물었다. 경준에게는 이미 눈앞에 놓인 유혹은 너무 셌고, 이제 와서 손을 떼는 것은 불가능했다. 경준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크게 한 번 따서 단숨에 재기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빠져들수록 더 깊이 가라앉고, 깊이 빠질수록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명경이 물었다. “얼마나 빌려 갔죠?” 정영광은 구체적인 금액을 말했다. [여기서 더 빌려주면 절대 갚지 못할 거예요.] 사실 지금도 이미 갚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곧 명경이 말했다. “약속 잡아요. 내가 직접 만날 거예요.” 정영광이 곧바로 대답했다. [네.] 전화가 끊겼고, 잠시 후 유청이 서재에서 나왔다. 명경이 이미 소파로 돌아와 있는 것을 본 유청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피아노로 향했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왔다. 명경의 시선은 유청의 뒷모습을 스쳐 창문으로 향했다. 이미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온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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