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34화
유청은 불경 위에 손을 올린 채 손끝으로 책장을 가볍게 쓸었다.
“전 두렵지 않아요. 그 사람들과 함께 지옥 끝까지 내려가면 돼요.”
그 말에 혜명 스님이 미간을 찌푸렸다.
유청은 고개를 들어 혜명 스님을 바라보며 웃었다.
“인상 쓰지 마세요. 스님도 이제 많이 늙으셨어요.”
혜명 스님은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홀가분한 듯 웃었다.
“우리가 알고 지낸 지도 벌써 20년인데 안 늙을 수가 있나요? 내가 무슨 요괴도 아니고.”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혜명 스님은 어느덧 노승이 되었고, 유청도 어엿한 어른으로 자랐다.
곧 혜명 스님은 불경을 꺼냈다.
“함께 불경이나 외우죠.”
이에 유청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
오후, 명경은 수지원을 떠난 뒤 시간을 확인하고 미리 약속해 둔 고객을 만나러 인터네이트로 향했다.
밤 11시 무렵, 고객을 배웅하고 나온 명경은 인터네이트 밖에서 낯익은 모습을 발견했다.
경준은 흰 셔츠 차림으로 여전히 평소처럼 온화하고 준수해 보였다.
다만 셔츠의 목 단추가 풀려 있었고 소매에는 술 자국까지 묻어 있어 다소 초라한 모습이었다.
경준은 파란색 정장을 입은 다른 남자를 붙잡고 다급하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명경은 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옆에 있던 사람은 인터네이트의 매니저 정영광이었다.
정영광은 두 사람을 한번 훑어본 뒤 명경에게 공손하게 대답했다.
“파란색 정장을 입은 사람은 SW그룹 대표 강리혁이에요.”
“신경준 씨와는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친하게 지내는 사이인데, 지난 반년 동안 강리혁 씨가 신경준 씨를 데리고 자주 해외로 나가 도박을 했어요.”
“처음에는 꽤 많이 땄는데 나중부터 계속 잃기 시작했고요.”
“경준 씨가 몰래 신씨 집안 회사 지분도 상당히 많이 팔았다고 해요. 여기저기서 돈도 많이 빌렸고, 강리혁에게도 거액의 사채를 가져다 썼고요.”
“누가 봐도 작정하고 먹잇감으로 삼은 건데, 신경준 씨는 도박에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도 강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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