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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8화

“네.” 직원은 경준과 눈을 마주친 뒤 공손하게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경준은 유청에게 수지원에서 하는 일은 어떤지, 유씨 집안 사람들이 또 찾아와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일은 아주 여유로워. 학생들도 다 말을 잘 듣고.” 유청의 눈빛은 맑은 가을 호수처럼 투명하면서도 아름다웠고, 목소리 역시 부드럽고 듣기 좋았다. “유씨 집안 사람들도 언니 체면을 봐서 더는 나를 찾아오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경준은 고개를 숙여 차를 마셨다. “그럼 다행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직원은 음식이 나올 때마다 식재료와 조리법을 하나씩 설명해 줬다. 요리가 두 가지 나온 뒤 술도 함께 나왔다. 연분홍빛 술은 크리스털 잔에 담겨 있었다. 얼음까지 더해지자 조명 아래에서 영롱하게 빛나 유난히 아름답고 맛있어 보였다. 유청은 한 모금 마신 뒤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시네. 술맛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 토마토주스 맛을 감추기 위해 경준이 일부러 레몬을 많이 넣어달라고 부탁해 둔 것이었다. 유청의 말을 들은 경준이 곧바로 말했다. “맛없으면 마시지 마.” 이 순간 경준 자신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솔직하게 유청이 이 술을 마셨으면 했다. 그래야 명경도 더는 경준을 협박하지 않을 테고, 곧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경준을 유혹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청이 술을 마시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이라도 멈춘다면 아직 모든 것을 되돌릴 여지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유청은 말했다. “아까 먹은 스테이크가 조금 느끼했는데 이걸 마시면 딱 괜찮아질 것 같아.” 말을 마친 유청은 다시 한 모금 마셨고 경준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침 직원이 다시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그제야 경준은 정신을 차리고 유청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말했다. “뭐라도 좀 먹어.” 두 사람은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이 유청은 잔에 담긴 술을 천천히 절반 넘게 마셨다고 눈앞의 모든 것이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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