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4장
염정훈이 산굴로 들어가기 전 진영에게 당부했다. “다 들었지? 난 여기 남아서 해독해야 하니까 밖의 일은 네가 사람 데리고 가서 처리해. 한송이도 이젠 별일 없다니까 데려가고.”
진영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대표님도 정말, 와이프를 되찾으니 바로 형제를 밖으로 내쫓고 단둘이 지내려 하다니.
“알겠어요. 명훈이만 남겨서 소식 전하도록 할 게요.”
마을엔 아직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아 여전히 비둘기로 소식을 전해 받고 있었다.
“응. 가봐. 내 위치는 비밀이고.”
“물론이죠.”
일 핑계를 대긴 했지만 실은 아내와의 재회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염정훈이 사모님과 다시 만난다면 그들에게도 반가운 일이었다.
사리 분별할 줄 아는 진영이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서정희가 물을 긷고 불을 지피고 나서야 순간 정신이 들었다. 왜 자신을 도와줄 심부름꾼을 이렇게 빨리 보냈을까?
진영이 가면 누가 염정훈의 옷을 벗겨주고?
자신은 소희처럼 새를 통해 명훈에게 편지를 마음껏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서정희는 자신은 프로, 염정훈은 환자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옷 벗어요.”
“선생님은 돌아서 계세요.” 염정훈도 해야 할 연극은 했다.
“근육도 얼마 없는 몸, 제가 보고싶어 할까 봐요?” 서정희는 팔짱을 끼고 머리를 까딱했다.
등뒤로 염정훈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없는 건 아닐 텐데.”
서정희는 그 자리에서 얼굴을 붉혔다. 이 망나니 같은. 아무 여자에게나 다 이렇게 경박하게 굴었던 거야?
“다 벗었어요.”
전에는 모두 진영이 길을 안내했지만 진영이 떠난 지금 서정희가 길을 안내해야 했다.
서정희는 최대한 그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손 주세요.”
염정훈의 손을 잡고 천천히 이끌었다. 염정훈도 애 먹이지 않고 순순히 욕조로 들어갔다.
욕조안에서의 시간은 결코 편치 않았다. 전에는 그는 아무 말 없이 힘들게 버텼지만 지금 서정희의 존재를 알게 되니 고통도 기쁨으로 변했다.
서정희는 그의 속셈을 알아채지 못하고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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