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3장

염정훈은 한송이를 줄곧 어린애처럼 여기며 돌봐 줄 수 있으면 최대한 돌봐 주었다. 그때 그녀를 구한 것도 어쩌다 구한 것인데 이렇게까지 달라붙을 줄은 몰랐다. 자신이 임무를 나갈 때면 기어코 따라붙었다. 그땐 한송이 나이도 어렸고 진급을 위해 단련하고 싶어한다 생각했다. 또 그가 위급한 상황에 수혈까지 해준 사람이라 염정훈도 그녀를 더 챙겨주곤 했다. 한송이가 점점 커가면서 자신에 대한 마음도 커가는 것을 보며 염정훈은 자신에겐 와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렇게 몇 년 간 조용한가 싶더니 이혼 소식으로 시끄러운 틈을 타 한송이도 다시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염정훈이 거절해도 한송이는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이번에는 염정훈도 인내심이 바닥나 은사님의 체면을 생각지도 않았다. 진영이 급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데 치료도 하지 않고 돌려보냈다가 나중에 위에서 대표님을 탓하기라도 하면 대표님에게 좋을 것 없을…” 염정훈이 차갑게 내뱉았다. “그녀가 자초한 것이니 신경 쓸 필요 없어.” 말을 마친 염정훈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었다. 길을 보지 못한 그가 하마터면 문지방에 걸려 넘어질 뻔했는데 다행히도 서정희가 바로 부축해 주었다. “여기 마을이 당신네 별장인 줄 아세요? 익숙하지 않은 동네라 함부로 뛰어다니지 마세요. 그러다 위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땐 제가 뼈까지 이어 맞춰야 하니까요.” “죄송해요.” 서정희가 손을 잡고 그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화 내지 않아요. 천천히 걸어요.” 진영이 꼭 맞잡은 두 손을 바라보며 염정훈이 시킨 일을 생각하자 순간 무언가를 깨달았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미소를 지었다 방금 지웠다. 서정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을 때는 또다시 걱정 어린 표정의 진영이 서있었다. 잘못 본 건가? 진상정은 아직도 울부짖고 있었다. “선생님, 누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저는 사지가 찢겨 죽음을 당할 거예요!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서정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며칠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