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2장
서정희가 그의 손가락을 잡고 살펴보았다. 손끝이 길게 찢어져 있었다.
“괜찮아요. 자주 다치는데 이건 다친 것도 아니에요.” 염정훈이 별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거두었다.
“기다리세요.”
서정희가 급히 약상자를 갖고 와 지혈 처리를 해주었다.
“됐어요. 이틀 동안 최대한 물 묻히지 말고요. 침대로 부축해 드릴 게요.”
“괜찮아요. 혼자서 할 수 있어요.”
염정훈이 그녀를 밀어내고 아픈 몸을 끌고 힘겹게 침대로 올라갔다.
그는 서정희와 붙어있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똑똑한 사람이라 조금만 부주의하면 바로 들통날 수 있었다. 그래서 겨우 마음을 억누르고 모르는 척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서정희가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 “여기엔 의사와 환자만 있을 뿐 남자와 여자는 없어요. 저와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면 저도 그쪽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염정훈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서정희는 닭고기 수프를 다시 떠왔다. “빨리 낫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잘 따르세요.”
“폐를 끼쳤네요.” 염정훈이 또 한 번 사과했다.
서정희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눈을 내리깔고 있는 염정훈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그는 누구보다 강압적이고 포악한 사람이었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을까?
그녀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이해해요. 수프 좀 드세요. 푹 고았어요.”
말을 마친 서정희는 멈칫했다. 마지막 말은 할 필요가 없었는데. 마치 그를 매우 의식하는 것 같았다.
어떤 습관은 이미 뼛속 깊이 새겨진 거라 몇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았다.
“빨리 나을 수 있도록 좋은 약재 많이 넣었어요.” 서정희가 한마디 덧붙였다.
“고마워요.”
서정희가 한 입 한 입 떠먹여 주었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서정희는 그를 떠나는 그날부터 다시는 염정훈과 만나지 않고 평생 피해 다니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한가할 때엔 두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재회한다면 어떤 순간일지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염정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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