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1장

염정훈이 결국 약수터에 빠졌고 서정희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 “무슨 일이야?” 서정희가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넘어진 염정훈을 발견했다. 사실 서정희는 그를 놀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염정훈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불안한 표정으로 물속을 헤매는 것을 보았다. “정희야, 어딨어? 괜찮아?” 불쌍한 염정훈을 보고 놀릴 마음이 사라졌다. “염정훈, 난 괜찮아.” 목소리가 들리자 염정훈이 허겁지겁 걸어와 그녀를 품에 안고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디 간거야? 날 놀리지마, 어떻게 널 찾은건데.” 동굴 안에는 서정희가 가져온 작은 램프가 주위를 어렴풋이 밝히는 것 외에는 좁은 구멍에서 떨어지는 달빛뿐이었다. 걱정이 가득한 염정훈을 보고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잠시 목이 메었다. 냉정한 염정훈이 이렇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니, 서정희는 적응을 하지 못했고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정희야, 왜 말을 안 해? 무슨 일이야? 나 지금 안 보이니까 제발 겁주지 마.” 염정훈이 짜증을 내며 눈에 감은 붕대를 떼어냈다. “왜 난 하필 눈이 먼거야? 정희야, 말 좀 해봐...” 서정희는 그를 밀어내고 차분하게 말했다. “염정훈, 그건 너 자신한테 물어야 할 것 같은데.” 전에 바위길에 넘어져서 염정훈의 손바닥은 심하게 찢어졌다. 서정희가 붕대를 감아줬지만 그가 힘을 주자 다시 피가 흘러 붕대를 붉게 물들였다. 그의 몸은 이미 흠뻑 젖었고 물방울이 머리카락을 따라 떨어지면서 잔잔한 물결이 남실댔다. “염정훈 이럴 필요 없어.” 염정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난 상관 없어. 너만 괜찮다면 돼.” 서정희의 심장은 폭우에 맞은 것 처럼 촉촉하고 답답해져 매우 불편했다. 어떤 감정이 습기처럼 퍼졌고 이런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서정희는 심란해서 염정훈을 밀어냈다. “불쌍한 척 하면 내가 널 동정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네가 이렇게 된 건 네 탓이니까.” 염정훈의 머리는 요즘 자르지 않아서 전보다 좀 길어졌다. 물에 맞아 축 처진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