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0장

염정훈은 깨끗히 씻었고 약수터에서 몸을 담근 후 출혈도 멈췄다. 서정희가 이어서 약으로 소독을 해줬다. 옥 같은 피부는 상처로 가득했고 온전한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짧고 긴 흉터가 많았다. 염정훈은 서정희를 자극할까 봐 함부러 입을 열지 못했다. 처음부터 다 자신의 계산이라는 것을 알면 서정희는 분명히 다시 도망 갈 것이다. 이것은 그가 목숨을 걸고 알아낸 진실이다. 서정희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한테 달려온 순간 염정훈은 이 내기에서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 서정희는 아직도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과거는 여전히 가시처럼 박혀있다. 염정훈은 둘 사이에 마리아나 해구가 있더라도 그것을 간척해 그녀의 곁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테니 급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서정희는 상처를 처리하면서도 두려움이 느껴졌다. 녹음만 믿고 따라갔는데 소희의 목걸이가 없었으면 이 사람은 이미 백골이 됬을 거다. 그녀는 염정훈과 과거의 일을 논하고 싶지 않았다. “함부러 돌아 다니지 말라고 했잖아. 북쪽은 절벽, 남쪽은 뱀 동굴, 동 서 양쪽은 장기뿐만 아니라 독물도 있어. 유일하게 안전한 곳이 마을이라고 말했잖아.”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앞으론 그런 일이 없을 거야.” 염정훈이 순순히 고개를 숙인 모습이 진영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자신과 닮은 여자를 차마 죽이지 못해서 다친거라고.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몇 번 반복했다고 했다. “염정훈.” 그녀가 갑자기 이름을 불렀다. “왜, 정희야.”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노력해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어. 이름도 숨겨서 아무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라. 그러니까 날 걱정하지마. 내가 매번 널 구할 수는 없어.” 다른 사람이 그의 약점을 알게 되면 또 같은 수법을 반복할 것이다. 염정훈과 어떤 사이가 되도 그녀는 여전히 그가 잘되기를 바랬다. “알았어.”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서정희는 계속해서 약을 발라주기만 했다. 둘 다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서정희는 그가 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