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9장

문 밖에 소희가 서있었다. 서정희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수고했어, 보배 딸. 엄마가 아빠 치료해 줄게, 피곤할텐데 먼저 자.”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정희는 소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염정훈이 소희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설마 소희를 해칠까? 예전에 염정훈의 냉혹한 얼굴이 생각났다. 배신을 절대 참을 수 없다고 말했었다. 임성훈과의 일을 용서했더라도 그의 아이를 낳은 것까지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니었을 거다. 그러니까 소희의 존재는 염정훈의 가슴에 박힌 가시가 될 것이다. 서정희가 도착했을 때 염정훈은 이미 옷을 벗고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니 명훈도 눈치를 챙겨 기회를 찾아 자리를 피했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했다. 염정훈은 입술을 핥았고 서정희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의사가 서정희라는 것을 알아도 모르는 척을 하며 꾹꾹 눌러야 했고 이제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정희야, 나...” 서정희가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 너도 알잖아, 내가신분을 숨기는 것도 너를 피하기 위해서라는거. 지금의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어.” 그녀는 한 마디로 그의 모든 말을 막았다. 염정훈은 씁씁하게 물었다. “무슨 관계?” 서정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난 의사고 넌 그저 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녀는 이렇게 두 사람의 과거를 쉽게 지우려고 했다. “오늘 밤 일은 내가 동생 대신 사과할게. 다행히 다치지 않았으니, 내가 널 구한 것으로 퉁치자.” “그래서 너에세 정원정이 나보다 중요하다는 뜻이야?” 염정훈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니 서정희가 뭔가 감지한듯 갑자기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정원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으면 자신도 알아봤다는 뜻이네? 그런데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정원정이 그를 해치려는 것도 눈치 챘는데 일부러 따라간 걸지도 모른다. 염정훈은 그녀의 생각을 읽고 바로 부인했다.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