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3장

염정훈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녀를 느끼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도록 영혼 깊은 곳에 그녀를 새기고 싶다는 듯 그녀를 몇 번이고 품속으로 당겼다. 이전에는 그녀에게서 이런 약제 냄사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게다가 눈이 보이지 않아 모든 감각이 확대된 기분이었다. 원래는 소심스러워서 가벼운 키스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은 홍수처럼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서정희의 머리에 꽂은 머리핀을 빼자 긴생머리가 풀어져 그의 손끝을 스쳐지났다. 그녀의 머리결은 엄청 매끄럽고 얕은 향기가 났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서정희도 거절을 잊고 있었다. 염정훈의 손결이 점점 거칠어졌다. 아이를 또 하나 낳아서 그런지, 그녀의 몸매가 더 좋아졌다. 차가운 공기가 느껴져 정신을 차려보니 옷이 거의 벗겨져 있었다! 서정희는 자신이 그에게 홀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성을 되찾은 서정희는 결국 염정훈을 밀어냈다. “선 넘지 마!” 염정훈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 난듯 정신을 차렸다. 그도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정희가 놀라서 또 도망가면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우연히 만나 서정희가 아직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 만으로 만족했다. 현재 염정훈의 상태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어린 꼬마가 맘에 든 물건을 사기 위해 힘들게 돈을 모으고 있고, 때때로 유리창 앞에서 기쁨과 동경의 마음으로 그것을 지켜보며 선물을 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염정훈은 서정희를 놓아줬다. “미안해. 참을 수 없었어.” 서정희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또 이러면 널 명훈에게 맡길거야.” 이 말에 염정훈은 바로 표정을 바꾸고 억울해 하며 빌었다. “안돼. 너도 명훈이 성격을 알잖아. 걔가 사람을 돌불 수 있겠어?” “그럼 말 잘 들어.” 염정훈이 순순히 응했다. “그래, 알았어.” 혀를 내밀며 애교를 부리는 사모예드처럼 위협이 전혀 느끼지 않았다. 서정희는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렸고 무덤덤하게 옷을 갈아입히고 약을 발라주었다. 그리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