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4장

아니. 염정훈 이 자식이 미쳤나? 예전이랑 너무 달라졌는데? 완전히 딴 사람이 됐어. 하지만 염정훈에겐 자존심은 애인과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서정희가 답을 하지 않자 그는 바로 말을 돌렸다. “미안, 좀 과분한 요구였지. 못들은 걸로 하고 빨리 자. 난 괜찮아.” 서정희는 그가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눈이 멀고 중독되고 뱀 동굴에 떨어진 건 모두 사실이다. 심란하며 머리를 긁더니 그녀는 결국 이불과 담요를 그의 옆자리에 펼쳐놓으며 타협했다. “됐지? 빨리 자.” “고마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정희가 잠이 들려는 순간 염정훈이 다시 소리를 냈다. “가까이 오지 마.” 서정희가 눈을 떠서 물었다. “왜 그래?” 이때 염정훈이 갑자기 그녀의 이불 속으로 들어와 허리를 감쌌다. 그의 몸은 약간 떨고 있었다. 서정희가 화를 내기도 전에 염정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희야, 뱀이 너무 많아.” 이 말이 때마침 내린 단비처럼 그녀의 화를 가라앉혔고 서정희는 참으며 그를 달랬다. “다 지난 일이야, 이젠 괜찮아.” “근데 그 뱀들이 내 몸위를 기어다니는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날 안고 자면 안 돼? 네가 날 안으면 내 머릿속은 온통 네 생각뿐이니까.” 서정희는 어이가 없었다. “일부러 이러는 거지?” 염정훈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무서워서 그래.” 서정희는 이 말에 의심이 갔지만 자꾸 이러면 잘 수 없으니 또 타협했다. 그녀는 옆으로 좀 더 다가가 그의 허리를 안았다. “이러면 됐지?” “응.” 너무 마음에 들었다. 서정희는 더 이상 얘기 할 힘이 없어서 중얼거렸다. “빨리 자.” 그리고 바로 잠들었다. 익숙한 품이 왠지 그녀에게 안정감을 줬다. 품속에 안긴 여자의 평온한 숨소리를 들으며 염정훈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뱀이 두렵다? 하,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뱀 따위를 무서워할리가? 이것은 전부 그의 계획이었다. 그는 정원정이 참지 못하고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훈한테 미리 지시를 내려 정원정에서 기회를 만들어줬다.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