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6장

삐걱! 문이 열렸다. 서정희가 약을 들고 들어왔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염정훈의 안색이 어두웠다. “저 사람 무슨 일 있어요?” 명훈은 사실이 폭로될까 봐 염정훈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염정훈이 했던 말을 곧이곧대로 반복했다. “최근에 대표님이 도통 잠을 못 자요. 눈만 감으면 당일 밤 광경이 떠올라서 아예 잠들지 못해요. 그래서 회복이 느린 것 같아요.” 서정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 들어 염정훈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 약을 가져다 주는 외에는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았다. “밤에 여전히 못 자?” 서정희는 염정훈의 다크서클을 보면서 물었다. 그는 매일 밤 서정희가 이튿날이면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돼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염정훈은 허약한 몸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눈만 감으면 지난 일들이 떠올라. 그런데 걱정 마. 불면이 뭐 대수라고.” “안 돼. 우선 약 먹어. 내가 방법을 좀 생각해 볼게.” 트라우마 때문에 수면 장애가 왔을 텐데, 지금 상황에서 자지 못하면 회복에 영향이 클 것이다. 염정훈은 얼른 약을 먹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감기가 걸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1년 내내 따뜻한 날씨어서 밤에 최저 기온이 10도를 넘었다. 차갑게 굴어 감기가 걸리기에는 난도가 너무 높았다. 오후에 서정희는 염정훈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방안에는 은은한 약재 향이 풍겼다. 며칠 동안 방울 소리를 듣지 못한 염정훈은 궁금해서 물었다. “소희는 어디에 있어?” 서정희는 그의 앞에서 소희를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의 신분을 밝힌 이튿날에 바로 소희를 다른 곳으로 보냈다. 염정훈이 워낙 무서운 사람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자신이 타인의 아이를 임신한 줄 알고 아이를 지우라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소희가 다른 남자의 아이라는 사실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나중에 몸이 회복되어 소희에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미리 멀리 보냈다.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야.” 서정희는 염정훈이 대체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