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7장

서정희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약간 허리를 굽히자 가슴이 염정훈의 이마에 닿았다. 솜마냥 부드럽고 푹신했다. 염정훈은 두 눈을 꼭 감고 불경을 외웠다. 다행히 면도는 얼마 안 돼서 끝났다. 염정훈은 그제야 깊은 숨을 쉴 수 있었다. 서정희는 손을 씻고 오일을 발라서 그의 머리를 마사지했다. 마사지 솜씨가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염정훈은 여태 잠들지 못했는데, 마사지를 받으면서 향까지 맡자,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염정훈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서야 서정희는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날짜를 보았다. 길어서 한 주 정도면 염정훈의 몸속 독소는 거의 다 제거될 것이다. 나머지는 염정훈 스스로 몸조리를 해야 했다. 그녀는 염정훈이 쉽게 떠날 것 같지 않아서 걱정됐다. 만약 이 남자가 떠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의학 서적을 잠깐 보다가, 염정훈이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날도 어두워지고 해서 씻고 잘 준비를 했다. 염정훈은 물이 흐르는 소리에 깨개어났다.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방안에 향은 이미 꺼졌지만,은은한 향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방금 깨어나서 그런지 머리가 아팠지만 시력은 기본상 회복된 것 같았다. 작은 글씨 외에는 다 보였다. 염정훈의 시선은 병풍에서 멈췄다. 방안의 조명이 촛불이어서 밝지 않았다. 안에서 씻고 있는 서정희의 몸매가 병풍에 곧이곧대로 그려졌다. 그녀는 욕조에서 나와 목욕가운을 두른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는 염정훈을 신경 쓰지 않고 옆에서 수건을 하나 내리더니 목에 묻은 물들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침대 앞에 오더니 갑자기 목욕가운을 벗어 던졌다. 염정훈을 등지고 섰지만, 그녀의 뒤태가 아무런 가림 없이 염정훈의 시선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서정희의 벗은 몸매를 보지 못했던 터라, 염정훈은 바로 코피를 흘렸다. 그러자 그는 서둘러 코피를 처리했다. 자신의 못난 모습에 한 방 제대로 날려주고 싶었다. 둥. 염정훈이 침대 위에서 떨어졌다. 서정희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