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8장
갑자기 훅 들어온 물음에 염정훈은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건 스스로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인정할 수가 없었다.
“나도 하루 빨리 시력을 회복해서 당신의 짐을 덜어주고 싶어.”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가서 휴지 좀 가져올게.”
“알았어.”
염정훈은 서정희가 목욕가운을 걸치고 베개 밑에서 비수를 꺼내 들고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의 표정에서 수상한 점을 찾아내려 했다.
염정훈은 서정희가 지금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서정희에게 자신이 시력이 회복된 사실을 숨긴 걸 들키는 순간 후과가 어떨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심박수가 빨라졌다. 다만 표정에서는 전혀 긴장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코피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데도 눈앞이 안 보이는 척 물었다.
“정희야, 어디에 있어? 온 거야?”
서정희는 그의 앞에 휴지를 놓더니 평소와 같은 말투로 말했다.
“왔어.”
휴지를 뚫어져라 보던 그녀는 갑자기 칼을 뽑더니, 칼날이 염정훈의 눈앞을 지나가면서 눈동자와 3센치미터의 거리에서 갑자기 멈췄다.
그런데 염정훈은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고, 뒤로 물러나지도 않았다.
이건 절대 정상인의 반응이 아니었다. 잘못 의심했나?
그런데 그녀가 발견하지 못했던 건, 염정훈의 손톱이 이미 손바닥을 파고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통증으로 비수가 눈 가까이에 날아온 것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을 무마해버렸다.
서정희가 독하다지만, 염정훈은 더 독했다.
염정훈은 심지어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정희야, 어디에 있어?”
서정희는 얼른 비수를 숨기고 답했다.
“여기에 있어.”
염정훈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코피는 이미 멈췄다.
염정훈의 옷에 피가 묻은 걸 보면서 서정희가 물었다.
“방금 전 내가 목욕했던 물이 아직 따뜻한데, 만약 꺼려지지 않으면 가서 좀 씻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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