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2장
눈길이 마주친 순간 서정희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구렁이가 멧돼지를 휘감고 있었던 것처럼 염정훈을 꼭 껴안았다.
“개자식, 누가 당신더러 도망가라고 했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염정훈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서정희를 바라봤다. 많이 의아한 얼굴이었다.
어젯밤 서정희는 그가 밉고 징그럽다고 했다.
두 번 다시 그녀와 만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더 이상 울리지 않기 위해 거슬리게 하지 않기 위해 떠났다.
그러나 서정희의 포옹은 불이 활활 타오르는 난로 속처럼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했다. 억눌렸던 감정들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정희야, 뭐라고...?”
서정희는 그의 품에서 나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걱정했다고. 귀먹었어?”
그러더니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염정훈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염정훈의 머릿속은 너무 복잡했다.
눈앞에 벌어지는 것들이 현실이라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서정희가 먼저 키스를 한다고?
예전에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야만 그녀와 입술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서정희가 먼저 키스했다. 적응이 안 된 염정훈은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게 꿈일까 봐, 이 꿈에서 깨면 서정희가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두 사람은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지금이 몇 시인지도 잊은 듯했다.
오랫동안 모든 감정을 억눌러왔던 염정훈이다. 서정희 또한 어찌 아니겠는가!
사랑하고 미워하고 아파하는 마음들이 한데 섞여 있다. 분명 너무 사랑하지만 또 한편 너무 미웠던 사람,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막다른 길을 거닐고 있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잊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서정희는 염정훈을 잊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번 만남을 통해 그에 대한 자기 마음을 알게 되었다.
물속에서 그녀를 끌어내는 순간, 한평생을 함께 할 사람임이 정해졌던 것이다.
앞으로 아무리 먼 길을 가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 키스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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